빛을 찾아서..1

그리운바다 성산포

아낌없이주는나무♠ 2013. 2. 17. 00:00

그리운바다 성산포 - 이생진 (윤설희 낭송)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토막에 소주 두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때 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짝 놔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 이 생 진 -

詩 낭송 / 윤 설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