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몽돌해변

빛을 찾아서..1 | 2013. 2. 24. 22:30

Giovanni Marradi - Just for you
 

금빛 주렴 수평선이 삼키고

어둑살 스미도록


그대가 기록한 물렁한 자서

다 읽지 못하네.

 

본디 타고난 태생이

매끈한 모양은 아니어

모난 각이 깊었기에

그림자도 깊었을 것이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제 살을 모질게

깎았을 것이네.

 

마음의 정을 때리고 얼러

젤리처럼 다스리지 않았고 서야


저만이나 뭉근한 매무새로

천진한 표정은 지을 수 없을 것이네.

 

저 홀로 미끈한 곡선으론

서로 닿을 수 없어

조롱박질 눈부신 징벌로

외로운 거처에 바다를 들였을 것이네.

 

진종일 서성여도

맨발 멀쩡하고

족적 한 톨 남기지 않네.

 

먼 길 달려온 파도에 몸 낮추어

모든 것 내어 주는


그대를 만나서야 세간에서 받은 상처가

내가 지닌


모서리 때문이었음을 알겠네.

 

 

삶에게 바람맞고 나,

유목민처럼

뱃길 따라 흘러 들어

 
내 안에 각을 깎아야 하는 이유에

밑줄 그을 줄 몰랐네.

 

몽돌의 기원  /  최 정 신 

 

 

식당안에서 자리를 잡고

아침을 기다리며 바라보는

유창밖의 몽돌해변은 평화 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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