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해변 일출

빛을 찾아서..1 | 2013. 12. 22. 22:00

 

 

 

 버려진 연서(戀書)를 수면 위에 뛰우고
바다가 울고 있다

 

 

별리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신음하고 있을 때
폭설이 내려 어깨를 축 늘어뜨린 뒤에야
소나무의 푸른 잎이 아파하고 있음을

나는 알았다

 

 

 겨울 복판에 내동댕이쳐진 한 여인이
으시시 으시시 떨어야만 했던 오한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파리해진 얼굴로

 

 

낯 익은 얼굴
하나 둘 사라질 때쯤
체념하듯 행방 불명된 나를 한탄하며
상실된 자아를 끌어 안고 울어야 했다

 

 

 

 모진 것이 세상 뿐이랴
그리운 것이 바다 뿐이랴
창마다 굳게 닫혀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며

 

 

나를 안아 주세요
나를 안아 주세요
보일 듯 말 듯 희미해져 갔다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는 갈매기는
차마 보지 못하여 시선을 거두고
바다와 맨살로 엉켜 붙은 여인의 고독은
하얀 배를 거꾸로 드러낸 채

 
죽음에 이르는 지독한 몸살로 끙끙 앓다가
그 모습조차 애써 허락할 수밖에 없었던

 

 

 

그해 겨울
바다가
칼바람 강풍에 엉엉 울고 있다

 

 

 

겨울 바다가 울고 있다 / 공 석 진

 


트랙백(Trackback) : 댓글(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