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무슬목 해변

빛을 찾아서..1 | 2013. 11. 24. 07:00

 

가을비 우산 속

 

허기져 쓰러질 듯 무거워진 몸

비바람을 가누지 못하는

번잡한 생각

 

문득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은 날

 

 


떠나지 못하고

비 내리는 관매도 바다를

앙망하던 날들

 

멀리  파도의 높낮이에 맞춰

끼룩끼룩 춤을 추듯 갈매기 날던 바다

 

 

 

어둠이 내린

등대 불빛마져도

빗속으로 젖어드는 밤

 

절실한 모서리 끝에 매달린 바다가 그리워

줄달음질 쳐보지만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하고

주저 물러앉아

 

 

백사장 모래 속

입 다문 조개처럼

쥐죽은 듯 살아온

마도로스였었던

지아비 잃은 섬 아낙

 

 

오랜 고통속 외로움마저 

희롱하는 파도 소리만

절벽을 가파르게 기어오르며

여기가 바다임을 알리듯

여한(餘恨)의 성(性)을 내고 있다

 

가을비 우산속 바다가 춤을춘다 / 나 상 국

 

 

 

무슬목 해변

신비스럽고 또는 외로운 빛깔을 지닌

두 얼굴의 바다

 

 

오늘따라 너무도

조용하기만 하였던 빈 바다 입니다.

모래 위에는

빈 조개껍데기 아무렇게나 뒹굴다

파도에 이리저리 떠 밀리며

이곳저곳 서글픈 사연만 그려놓고

 

아침해는 구름 사이로

숨박꼭질을 되풀이하며

바다 위에 주홍색 물감을

줄줄이 풀어놓고 있습니다.

 

화려한 일출도 없고

신비스런 물안개도 없는 이곳 무슬목

 

뜨거운 해오름을 품고

밀려오는 황금빛 파도만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모래위에 그리움만 한가득

묻어두고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까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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