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롱나무와 하목정

빛을 찾아서..2 | 2015. 8. 3. 19:00

Arsen Barsamyan - I Shall Look Up
 
 

 

하목정


대구 유형문화재 제36호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이종문이 1604년에 건립한 것으로

원래는 제택(第宅)의 사랑채였으나 안채가 없어진 후 정자로 사용하고 있다.

 

인조(仁祖)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 집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종문의 장자(長子)인 이지영(李之英)에게 하목정이란 당호를 써 주었다고 한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노을 하(霞), 집오리 목(鶩)의 하목정

 

당나라 시인 왕발이 지은

등왕각서(登王閣序)의 시구에서 유래되었다 하는데...

 

 

낙하여고목제비(落霞與孤鶩齊飛)

저녁 노을과 외로운 따오기 함께 날고

 

추수공장천일색(秋水共長天一色) -

가을 강물은 넓은 하늘색과 한 빛이로구나

 

- 등왕각서 中 -

 

 

 

 

열어놓은 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마치 각각의 그림들을 그려놓은듯하다.

 

 

 

 

어느 화가가

저런 그림을 그려놓을 수 있을까..?


 

 

배롱나무 꽃잎은 

오후 빛을 머금어 화사함을 더해가는데

  

나무 끝 한 마리의 참매미는

적막함을 깨우려는듯 시끄럽게도 울어 댄다.

 

 

 

 

저기....

낯선 객의 방문을 알려주어할 문종은

정작 제 할일을 잃고 침묵하는데


 

 

 

 

 정자 흙벽과 창살문에는

오랜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는듯

빛망울이 맺히어 아른거리는데


마치 화려하였던 하목정의 영화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베롱나무와 담 너머로 낙동강이 흐른다.

 

예전에는 바로 앞으로 강물이 흘렀다는데

어떤 날에는 노랗게 또한 어떤 날에는 붉게 황혼이 졌을 터이고

황혼과 어울려 날아가는 물새들의 군무는 

대단한 장관을 이루고도 남았으리라.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을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며

영남 선비들의 교류장소였다는 하목정


 지금은 강가로 새로이 생긴 자전거 도로위로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만이 무심히 오가고



 



다만... 400년을 넘었다는 배롱나무만이

한때 화려하였던 명문가의 부귀영화를 

쓸쓸히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아침 안개 사이로 

그리움의 깊이로 성숙한 

백일홍 붉은 빛

              

내 그리움을 네가 안다면 

누구를 사랑해도 좋아 

이슬 머금고 하던 말 

지는 해도 슬픔을 위하여 

더 붉게 퍼져간다

 

백일홍  /  송 정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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