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문씨 세거지 능소화
빛을 찾아서..1 | 2013. 6. 29. 17:30
잎사귀 뒤로 숨은 저 꽃
꼭 누이의 텅빈 밥주발 같다
전복죽 한 사발 쒀 주지 못한 모친은
지난 해 바싹 말려둔
누에를 갈아 분을 내는데
그것이 천성 누이의 얼굴빛이다
저 꽃처럼 불그레하게
죽을 순 없을까
누이의 막다른 한숨 같은 꽃송이가
싱겁게 스치는 바람에 흔들린다
누이의 담벼락을 척척 기어오르던
능소화 가지 한 줄기가
가끔 아주 가끔씩 이내
가슴으로 뻗어와서는
불그레한 꽃 하나 피워놓고 가는데
그 것이 그리움일 줄 내 어찌 알았을라
누이 가고 없는 담장으로 해마다 능소화는 펴
헝클어지는 웃음소리 서럽게도 푸르다
능소화 / 이 재 현
능소화가 담장아래 지친 한낮처럼 늘어진
남평문씨 본리 세거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