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촛대바위의 여명

빛을 찾아서..1 | 2014. 4. 27. 06:00

 

 

떠도는 영혼은 언제나

포구에서 길을 잃는다

 

 

 

여기까지 끌고 온 길은
또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할 길이냐

 

 

 

 긴 세월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을
좁은 바닥의 비릿한 살냄새

 

 

 

배고프면 파도는 더 많이 출렁거리고
갈매기도 먹이 앞에선

자유롭지 못한 것을

 

 

 

양철지붕 파이도록 의문에

잠 못 이루던 그 누가
신열에 들떠 눈 부릅뜬 채

여기 섰던 것이냐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여도 벅차기만 한
떠나온 길은 떠나갈 길

 

 

 

 

아이들은 자라 서울로 가고
서울사람 이곳에서 잠시

횟감에 빠졌다간 달아나는데

 

 

 

내장을 다 발리고도 펄떡이는 동해의 한자락을
묵묵히 밟고 서서
누가 오래도록 해진 그물을 깁던 것이냐

 

 

 

싱처는 건드리면 커지는 것인지

 

 

 

좀체 속을 보이지 않는

무표정 속의 아득한 욕망을 적시는
밤 가득 후줄근한 등불꽃

 

 

사람들은 멋대로 취하고
파도는 저 혼자 더 먼 곳으로 나가

길을 잃는다

 

 

감포 / 권 경 인

 

 

 

파도는 마음을 때리며 밀려오는데

선홍빛 그녀는 항상 말이 없다.

 

오늘도 말을 걸어보지만

무심한 바다는 한결같이 말이 없다.

 

 

- 깊은날.. 감포 촛대 바위에서 -


 


트랙백(Trackback) : 댓글(Comment)